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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s Everyday

어디 가나, 인종 상관없이 선교활동

커피한잔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새벽 5시경 잠이 들었다. 그러다, 8시경 너무도 친절한 폴의 문자로 단란한 나의 꿈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고로, 난 3~4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는 소리. 일어났어도 한동안 침대에서 뒹굴었다. 왜냐? 요즘은 나의 귀찮이즘이 마구 발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려, 점심시간이 되었다. 귀찮이즘과 별도로 항상 매 끼니는 챙겨먹어야 하는 나는 부엌으로 항상하다.

그 곳에는, 잼의 여자친구인 홍콩인이 있었다. 그 언니가 나한테 이름을 알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홍콩인이라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나는 슬슬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설 좀 붙이자면, 홍콩언니의 꾸미고 안 꾸미고는 천지차이라는, 내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한다.

여하튼, 호주에서 8개월 가량 살고도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이 있겠다. 만만한 김치찌개와 저번에 만들어 놓은 불고기. 불고기 양념 이상한 거 산건지, 아니면 내가 양념가지고도 요리를 못하는 것인지, 맛이 참 뭐했다. 한창, 요리 아닌 요리를 하고 있는데, 아, 그 흑인 분이 들어오신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요즘은 기억력이 너무 감퇴하여서, 듣는 즉시 잊어버린다. 

일단, 착한 흑인이다. 왜냐, 항상 먹을것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입맛과는 살짝 거리감이 있지만, 배고플 때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조용히 인사를 하고는 식탁에 앉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러니까, 부엌에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나랑 얘기만 하는 것이다. 나는 한창 요리 중이고. 아, 이 상황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뭔가 모르게 내가 한 음식을 공유해야한다는 그런 강박관념. 

난, 원래 내가 한 음식을 남하고 공유하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왜냐, 내가 알기 때문이다. 내 요리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나, 이번에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점심밥 먹었냐고 물어보니까, 몇 초가 흐른 뒤, 아직 안 먹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무조건 먹었다에 한표건다. 허나, 예의상. 저번에도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나는 점심밥 먹었다고 했지만, 그 분의 눈빛때문에 두공기를 점심으로 먹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음식을 내놓기에 앞서서, 나는 말했다. 음식먹고 나 미워하지 말라고. 일단, 살고는 바야 했으니까. 그 분 앞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가관이 아니였다. 불고기를 하는데 너무 짠거야. 그래서 양념 좀 버리고, 물을 부었지. 약간의 설탕 첨가와 함께. 그래도 맛이 향상될 기미가 안 보여서, 다시 한번 양념을 버렸어. 그랬더니, 불고기가 수프가 도는 현상이. 흑인분이 이거 수프냐고 물어봤어. 정말 굴욕도 그런 굴욕이 따로 없지.

한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뭐, 전 남자친구 이야기도 나오고. 기타 등등. 자랑은 아니지만, 유독 나는 흑인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흑인들만 느끼는 나만의 매력이 있는건가? 그래서 내 친구가 내 얼굴을 인터네셔널한 얼굴이라고 했다. 

이야기가 자꾸 딴 곳으로 새는거 같다. 밥을 먹는 도중 나는 생각해 내었다. 이분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걸. 종교에 관해서는 배타적인 내가 같이 일하던 말레이시아 아저씨께서 주신 바이블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 이분에게 드리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주 떠나기 전에 주겠다고 했다. 이거 너무 크고 무겁고, 어머니가 안 반가워하실 거라고 마구 변명을 날렸다.

그 뒤에, 날라오는 설교 따발총. 아, 한국어로도 모잘라서, 이제는 영어로는 설교를 당한다. 나 하품할 뻔했다. 어떨결에 다음주 주말에 같이 교회에 간다고는 했지만, 그 다음주 수요일이 내가 떠나는 날이라서, 뭐 별일 있겠어 하는 안일함에. 허나, 지금와서 걱정이다. 어찌 또 그 긴 설교를 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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